커피 애호가라면 꼭 알아야 할 커피 상식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커피를 찾는 이들은 많지만 커피 종류도, 추출법도 다양해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재미로 읽는 커피 Q&A부터 커피 추출 방식, 커피 용어까지. 커피 상식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커피의 매력에 퐁당 빠져보자.
Q. 커피 입자에 따라 맛이 달라질까?
카페에서 원두 분쇄를 부탁하면 어떤 굵기로 갈아줄지 되레 물어온다. 그때마다 “적당히 알아서”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명확하게 취향을 말해보자. 커피 원두를 분쇄한 것을 입자라 부른다. 입자는 크게 ‘매우 고운’ ‘고운’ ‘중간’ ‘약간 굵은’ ‘매우 굵은’ 등 다섯 단계로 나눈다. 입자는 고우면 고울수록 커피 성분이 많이 추출되기 때문에 농도가 진하고 쓴맛이 강하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는 주로 ‘매우 고운’ 굵기로 분쇄한다. 반대로 입자가 굵을수록 커피 성분이 덜 추출되기 때문에 농도가 묽고 쓴맛은 약해져서 상대적으로 산미가 강하다.
Q. 프리미엄 생수 에비앙으로 커피를 내리면 더 맛있을까?
커피 추출액의 98.6% 정도가 수분이다. 같은 원두를 가지고도 어느 지역에서 추출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물맛의 차이로 봐도 무방하다. 원두마다 어울리는 물도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를 물의 pH와 미네랄 성분 차이로 본다. 수돗물은 산미가 있고 쓴맛, 떫은맛, 후미 등 풍미 밸런스가 동일해 커피 추출에 적합하다. 반면 알칼리성 온천수와 미네랄이 많은 물(에비앙)은 맛은 좋지만, 산미가 나오기 힘들어 커피 추출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아이시스와 평창수는 미네랄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Q. 원두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두 보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상온 보관 10일을 권하는 이도 있고, 콩과 가루 불문, 냉동 보관을 추천하는 이도 있다. 알루미늄 포장은 비교적 보존성이 좋고, 비닐 등은 공기가 투과돼 산화가 쉽게 진행된다. 상온 보관할 경우, 병이나 캔에 넣어 빛과 공기, 열을 피해 3주 정도까지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막 볶은 원두를 사서 당일, 3일 후, 7일 후, 14일 후, 21일 후에 마셔보면 커피의 풍미 변화나 가장 맛있는 시점을 알게 된다. 막 로스팅한 원두라도 2~3개월이 지나면 풍미가 떨어진다. 구입 후 밀봉 포장재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Q. 커피 봉지에 배꼽 같은 구멍은 왜 있을까?
커피 원두를 구입할 때마다 궁금했다. 포장지에 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을까. 포장지 구멍으로 피어오르는 커피 향은 구수하지만, 행여나 이 구멍으로 향이 모두 빠져나가거나 공기와 만나 산화될까 걱정도 된다. 커피 봉지에 배꼽 같은 구멍을 내는 이유는 공기를 빼내기 위해서다. 커피 포장재는 산소 유입이 차단되는 재료로 만들어져 기체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갓 볶은 커피를 밀봉하면 휘발성 물질이 방출되며 봉지가 터지기 쉽다. 신기하게도 배꼽 같은 이 구멍은 기체를 봉지 밖으로 빼내면서, 외부 유입은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바깥의 산소가 들어오지 못하니 산패 걱정은 할 필요 없다. 하지만 봉지를 뜯는 순간 보호장치가 사라진다는 점, 잊지 말자.
Q. 커피 크레마로 에스프레소를 평가한다고?
갓 내린 커피 위 갈색 빛을 띠는 크림, 크레마.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중요한 요소가 크레마다. 신선한 커피에서 나오는 지방성분과 향성분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미세한 거품으로 크레마의 색깔이나 지속력, 두께 등의 상태로 에스프레소를 평가할 수 있다. 크레마는 커피가 빨리 식는 것을 막아주는 단열층 역할을 한다. 또 자체가 부드럽고 상쾌한 맛, 단맛 등을 지니고 있어 에스프레소의 일미로 통한다. 크레마는 추출 후 점차 없어지는데 3분 이상 거품이 쌓여 있다면 잘 만들어진 것이다. 빛깔이 연하고 거품 밀도가 낮으면 추출된 커피 양이 적은 것이고, 너무 어둡거나 밀도가 높으면 추출된 커피 양이 많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커피 표면에 3~4㎖ 정도의 크레마가 있어야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다. 설탕 한 스푼 얹었을 때 바로 가라앉지 않고 크레마 위에 잠시 머물다 떨어지면 적당하다고 본다.
커피 추출 방식
같은 원두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을 낸다. 커피 추출 방식은 크게 여과식, 가압식, 침출식 세 가지로 나뉜다. 여과식은 커피 원두에 물을 통과시켜 추출하는 방식이고, 가압식은 커피 원두에 압력을 가해 물을 통과시켜 추출한다. 침출식은 커피 원두를 물에 담가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여과식 추출
핸드드립
가장 대표적인 여과식 추출법이다. 드리퍼에 필터(종이나 융)를 올리고 커피 가루를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추출한다. 드리퍼의 종류나 물의 양과 온도, 물줄기의 굵기 및 물 붓는 시간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손기술에 따라 커피 추출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 균일한 맛을 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퍼컬레이션
전기나 가스로 작동하는 커피 추출기, 퍼컬레이터(Percolator)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부에 있는 물을 끓이면 작은 관을 타고 올라가 상부 쪽 커피 필터에 닿는다. 필터 속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이 닿으며 추출된 커피가 다시 하부에 있는 물로 떨어진다. 필터를 거쳐 추출된 물은 다시 하부의 물과 합쳐져 끓고, 관을 타고 올라가 커피 가루와 만났다 떨어진다. 이 과정이 얼마나 반복되는지에 따라 커피 농도와 맛이 달라진다.
케멕스
케멕스(Chemex)는 비커처럼 생긴 여과식 커피 추출 도구다. 드리퍼와 커피서버가 합쳐졌다고 보면 된다. 상부에 필터를 넣고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쓴맛이 적고 깔끔하다.
가압식 추출
에스프레소 머신
대표적인 가압식 커피 추출은 보통 카페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추출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높은 압력으로 20~35초 사이에 25㎖ 정도의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이렇게 추출된 에스프레소는 카페인이 적고 커피의 순수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또 이를 기본으로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데, 물을 첨가하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를 섞으면 라테나 카푸치노 등으로 만들 수 있다.
모카포트
모카포트(Moka Port)는 끓는 물의 증기를 이용한 커피 추출 방식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구 중 하나다. 아래쪽 포트에 물을 채운 뒤 바스켓에 커피 가루를 담아 화구에 올리면 물이 끓으며 일정 수준의 압력이 차서 바스켓 관을 타고 올라가 커피를 적신다. 커피는 위쪽 포트로 이동하며 추출된다. 모카포트는 핸드드립보다 거칠지만 고전적인 커피 맛을 낸다.
에어로프레스
에어로프레스(Aeropress)는 프렌치프레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추출 도구다.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천천히 누르면 필터를 통해 커피가 추출된다. 압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출 시간이나 압력의 정도를 조절하며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 수 있다.
캡슐 머신
한 잔 분량으로 담긴 캡슐 커피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물이 캡슐 커피를 통과하면서 커피가 추출되는 방식으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캡슐 커피를 넣어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나온다. 가장 간단한 방식이라 가정에서 주로 사용한다.
침출식 추출
터키식 커피
역사가 오래된 커피 추출 방식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아로마를 즐길 수 있다. 제즈베(Cezve)나 이브릭크(Ibrik)에 곱게 간 커피 원두를 넣고 끓이면 거품이 이는데 넘치기 직전 화구에서 내려 거품을 가라앉힌다. 이 과정을 두세 번 거치면 커피 가루가 끓어오르면서 거품이 일고 부드러운 크림과 진한 아로마가 만들어진다.
프렌치프레스
포트 안에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고 잘 저은 후 일정 시간 기다렸다가 필터를 내려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필터 아래 커피 가루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따라 마시면 된다. 저온 저압에서 천천히 추출하는 만큼 커피의 개성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농도가 낮고 카페인 양이 많으며, 커피 원두가 오랫동안 물에 닿아 있어 맛이 탁한 편이다.
더치커피
‘콜드브루’라고도 하며 상온(혹은 차가운 물)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커피를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장기간 항해 때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이 있다. 더치커피는 커피 가루를 상온 물에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8~12시간 정도 우려 커피 원액을 추출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추출하기에 다른 커피에 비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 추출된 커피 원액은 밀봉해 냉장 보관하는데, 하루이틀 정도 저온 숙성하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원액 그대로 마시기보다 물에 타서 희석해 먹으며, 기호에 따라 우유나 시럽을 넣기도 한다.
사이펀 추출
끓는 물로 인해 생기는 공기 압력차를 이용한 방식이다. 하부 플라스크에 있는 물을 끓이면 공기 압력이 높아져 물이 관을 타고 상부 플라스크로 올라간다. 이때 상부 플라스크에 커피 가루를 넣고 침출한다. 가열을 멈추면 하부 플라스크 내 공기압이 낮아져 상부의 커피가 다시 하부로 이동한다. 커피가 하부로 내려올 때 종이 필터를 거쳐 깔끔한 맛을 낸다.
알쏭달쏭 커피 용어
생두
건조와 가공을 마친 커피 열매의 씨앗. 로스팅 전 상태일 때 생두라 칭하며 녹색을 띤다.
테루아(Terroir)
토양·지형·기후 등 커피 재배에 영향을 주는 모든 환경 요소를 말한다.
스페셜티 커피
산지나 생산 처리, 추출 등에 정성을 들인 특별한 커피를 말한다. 평가는 국제 기준을 통해 이뤄지며, 단일 농장이나 단일 브랜드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단일 산지의 원두만을 사용한 커피. 한정적으로 단일 품종의 묘목에서 수확한 원두를 가리키기도 한다.
블렌딩(Blending)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혼합해 맛과 향이 상승하는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개별 커피가 가진 약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보강해서 더욱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한다.
어레인지(Arrange) 커피
혼합한 커피에 생크림, 곡물, 술, 과일청 등 다양한 첨가물을 추가한 것.
에이징(Aging)
커피 생두를 장시간 숙성한 후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맛, 향을 지닌 커피로 만드는 과정이다.
로스팅(Roasting)
커피 가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공정이다. 원두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색이 밝을수록 신맛이 강하고, 색이 어두울수록 쓴맛이 더해진다.
크랙(Crack)
로스팅 도중 원두가 팽창하며 나는 소리.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로스팅 중 생두의 색깔을 갈색으로 변화시키고 다양한 향미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반응.
캐러멜화(Caramelization)
로스팅 시 커피 열매에 함유된 당분으로 인해 나타나는 반응. 당분이 캐러멜화되면 단맛은 줄어들지만 복합적인 향미를 얻을 수 있다.
그라인딩(Grinding)
원두를 잘게 부수어 표면적을 넓힘으로써 커피의 고형성분이 물에 쉽게 용해돼 추출이 잘되도록 하기 위한 분쇄 과정. 커피를 추출하기 직전에 그라인딩해야 더욱 신선한 맛을 낼 수 있다.
도징(Dosing)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갈아 추출하기 위해 가루를 포터필터에 담는 과정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와 브루잉 커피를 내릴 때 커피 양이 달라지며, 도징에 따라 커피 맛이 바뀌기도 한다.
브루잉(Brewing)
커피를 내리는, 원두의 성분을 추출하는 모든 방법을 통칭한다.
디스트리뷰션(Distribution)
‘분배’ 혹은 ‘흩트림’이라는 의미로 뭉친 커피 입자를 흩어줘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수가 필터 바스켓 내부의 커피 입자를 고루 접촉하도록 돕는 작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