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긴 마라토너 콤비 ‘네버 기브 업!’
▶ 184회 완주 임무성-35회 정홍택씨 스토리
▶ 6개월 시한부 백혈병 초인적 의지로 일어서…심장마비, 3차례 수술후 ‘제2의 삶’ 희망 전도사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회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임무성(오른쪽)씨와 정홍택씨가 임씨의 풀코스 마라톤 100회 완주를 기념하는 플래카드 아래서‘네버 기브업’을 외치고 있다.
#1987년 샌타모니카 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184회 완주했다. 틈틈이 철인 3종 경기대회에도 참가해 풀코스를 두번 뛰었다. 건강이라면 자신있던 그에게 2007년 급성 백혈병이라는 병마가 느닷없이 찾아 왔다. 길어야 6개월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코마에 빠졌다. 그가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동안 병원도 형제도 모두 포기했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43일만이었다. 기억력을 비롯한 신체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고, 155파운드였던 체중은 90파운드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기 조차 힘들었던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힘으로 일어서고, 마침내 걷기 시작했다. 7개월간 독한 항암 치료를 4번 받고 간신히 퇴원했다. 퇴원한지 1달만에 LA마라톤에 재도전, 완주를 했다. 한인 마라톤계의‘대부’라 불리는 임무성(74)씨 이야기다.
#임무성씨를 통해 마라톤에 입문한 정홍택(76)씨는 지금까지 마라콘 풀코스를 35번 완주했다. 그런 그가 세차례에 걸친 심장수술로 한쪽 폐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됐고, 심장근육이 20%로 오그라들 정도로 죽음 직전의 환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LA 동쪽 모레노밸리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던 정씨는 2000년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이후 세차례의 수술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2001년 유명하다는 UCLA의대 심장전문 노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조언했다.
고교 동문들과 등산을 함께하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 가던 정씨는 2004년 임무성씨가 이끌던 ‘동달모’에 가입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임씨의 격려 덕분에 여러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의사 며느리는 정씨에게 “아버님이 아직도 살아 계신 것은 의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고 지금도 말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새 삶 속에서 하루하루는 또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말이죠.”
죽음의 문턱을 오가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임무성씨와 정홍택씨는 누구보다 친한 사이다. 산행 경험이 많은 정씨는 마라톤에만 전념하던 임씨를 산으로 이끌었다. 마라톤 분야에서 임씨가 스승이라면, 산행에 있어서 만큼은 정씨가 코치인 셈이다.
두 사람이 마운틴 위트니와 마운틴 볼디를 등정한 것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10여년 전에는 그랜드캐년의 사우스림과 노스림을 3회 왕복하는 트레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임무성씨와 정홍택씨는 70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생업에 열심이다. 임씨는 다이아몬드바에서 운동기구 전문점을 21년째 운영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 위티어 공원에서, 일요일엔 어바인에서 마라톤 클럽인 동달모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의 마라톤 도전이 계속될 수록 한인사회에서도 마라톤 열풍이 불어 닥쳤다. 임씨에게 마라톤을 사사한 한인들이 남가주 곳곳에 마라톤클럽을 결성해 뛰고, 또 달리고 있다. 2012년 백혈병으로 쓰러져 죽음과의 사투에서 승리한 이야기를 ‘사랑과 부활’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에 담아 책으로 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운영하던 햄버거 가게의 문을 닫은 정홍택씨는 2년 전 아마존에 취업했다. 무더운 웨어하우스에서 한참 어린 동료들과 물건을 나르고 정리하는 일을 해도 몸은 끄떡없다. 마라톤과 산행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이다. 임무성씨와 정홍택씨는 부부동반으로 오는 11월 터키 이스탄불과 그리스 아테나에서 1주일 간격으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경기 침체에,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에, 대형 재해에, 날로 쇠약해지는 건강에… 주변 세상은 온통 ‘잿빛’ 투성이다. 절망에 빠져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이 외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
“혹시 오랜 병에 지쳐서 아니면 경제적인 문제로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분들이 계신가요.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네버 기브 업’,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요.”
-미주 한국일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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